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온 후
2012년에 내려왔으니까 벌써 12년째다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산건 2000년 정도부터니까
12년살다가 대구와서 또 12년을 보냈다
사람들은 세월이 빠르다고 하지만 난 돌아보니 참 길었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외장하드를 정리하다가 2004년 처음만나 경기도에 거주하던
연인과 경북궁에서 찍었던 사진을 갑자기 찾게됐다.
정말 잘난 사람이었구나... 정말 똑바른 표정이구나
이런 사람을 지켜내지 못하고 난 세월의 풍파속에
이제 그 사람의 연락처 조차 찾지 못하게 됐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이후부터 서민들은
항상 무엇인가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개인적으론 그렇다. 이런 상황에 놓여서 그 상황을 다 겪어내야하는 사람들은
돈의 규모와 관계 없이 서민이다.
예를 들자면 학교같은거다
지금 이 나이게 되서야 깨달았지만, 학교란 곳이 말이되나
애들마다 깨달음의 수준도 다르고, 좋아하는게 다르고
깨달음에 이르는 시간도 다 다른데, 갑자기 집어넣어놓고
수준과, 환경이 다른 애들끼리 경쟁을 시킨다
아이들은 중간고사니 기말고사니, 입시니 해야만 하는 경쟁에 내몰리게 된다.
그리고 나역시도 그런 삶에 떠밀리고 밀려서
뭔가 대단할거라도 해낼거 같은 착각속에 살던 어린시절에서 눈을떠보니
별볼일 없는 지방의 하급 공무원으로 박봉과 악성민원에 시달리며 일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어릴때 정말 인내심이 많은것 같다.
남자들을 예로들면, 국가가 갑자기 의무랍시고 군대에 가둬놓고
별의 별 짓을 다하고 무대가로 신체를 구속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그 오랜 세월
어리숙한 나이에 어리둥절 군대에 들어가서는 가능성 자체를 차단당한체
또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나의 문제는 별다른 목적이 없이 살아왔다는것
고시니 연애니 이런 저런것들이 나의 목적인 '척' 했었으나
실상 나는 그 무엇에도 열정같은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삶에서 성공했다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라 진부한 말도 가짢게 들린다
자살한 연예인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삶을 못살아서 자살했을까?
이건희 막내딸은 세상을 다가진 팔자로 테어나서 왜 자살했을까?
이미 자신이 누군인지 알아낸 사람은 그 삶을 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이전블로그에서 한번 언급했지만, 깨어난 사람들은 보통
자기자신이 왜 테어났는지 알게 된다(말로 설명불가다)
이제와 목적이란것이 생겨서 조금씩 준비하긴 하지만,
이제는 또 때에 맞는 삶을 살지 못하는 시선이 쌀쌀하게 느껴지기도한다
사람들은 젊은시절의 시간이 소중하다고 한다.
지금생각해보면 식자와 무식자의 차이는 여기서 나뉘는 것같다
식자들은 끝임없이 배우고 깨어있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싶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나이를 먹은 사람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안되는데
당연히 나이를 먹은 사람의 시간이 더 소중하고 노년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
가치란 것은 상대적인 것이기에 더더욱 그런게 아닐까?
왜 이 직관적 생각을 무시하고 젊은 시절만 떠올릴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젊은 시절만 반추한다.
미디어도 내가 좋아하는 만화에도 주인공은 항상 소년이나 젊은이들이다
아마도 그들에게서 보이는 삶의 추진력이
그들을 항상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같다
하지만 누구나 직장과 가정을 가져버리면, 그런게 다 사라지고
순응하며 늙어버리게 된다...
뭐 여기까지 하면 됐지, 뭘 더해야하나 라는 심정인 거같다
그렇지만 다르게 생각보면 어떨까?
여기까지 이렇게 해봤지만 별다른게 없었으니, 이제부턴 다르게 해보자고
왜 그렇게 생각하진 못할까...
그토록 가고 돌아가고 싶었던 서울은
그냥 이제 단순히 비싼 도시가 되어버렸다.
노트북 한대와 스마트폰 하나로, 한달 생활비를 벌수 있는 주식투자에 익숙해지면서
이제 나에게 직장은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부모에게 충격을 주지 않고, 퇴사할 방안을 궁리중이다...
부모는 나에게 공직의 끄트머리라도 안기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나서는것은 물론 내 인생에 대한 내 선택이지만
응당지켜야할 예의를 지키지 않고, 행하는 막무가내식 행위에 대한 응보가
얼마나 큰지는 역사와 내 삶을 통해서 체험했기에
꼭 그 과정을 지켜내고 싶다
서울에 살지 않아도 지방에도 모든게 있다
인프라는 더더욱 지방광역시급이면 대체 부족한게 뭘까.
없는게 있다면 바로 매력적인 사람이겠지만
사람들의 대부분이 운명처럼 매일을 살고 있는 가련한 인생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던 부럽다기 보다는
그 위치에 붙박혀 살아가가야만 하는 인생이 가엾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딱히 부족하지 않다
어딜가나 결국 중요한건, 자기 자신을 뚜렷히 아는 것일뿐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