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경제력을 잃으신후
아이러니하게 아버지가 가장 신경쓰고 베풀었던 친구들부터 아버지와 연락을 끊었다
그들은 과연 아버지에게 어떤 존재들이었을까?
야 너 니 하며, 불알친구처럼 지내던분들이 돈이 없어지자 다 떨어져나갔다
아버지는 이제 정직하게 일한만큼 돌려주는 농사에 빠져있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그리워 각종행사에 빠지지 않고 나가신다
하지만 끝도 없이 과거를 되세기며 이 사람 저사람에 대한 험담을 하신다...
그러지말라고 해도... 자신은 그렇게 말이라도 해야 풀린다며...
나는 대학때부터 원래 터살이하던 서울이 그리워 한달에 두번씩 올라가던게 수년전인데
그때마다 없는 돈을 어떻게든 만들어서,
서울의 친구와 동생들에게 베풀곤 했다
내가 식사를 좀더 사고, 뭔가 선물도 해주고 뭐 그런거?
아버지의 지인들도 그런 사람들이었을까?
서울에 대학을 첨갔을때, 서울애들은 대부분 패밀리 형태로 놀아서
지방아이들은 딱히 그 무리에 끼기가 힘들다
외로워서, 저 사람은 그래도 내 맘을 아는구나 라는 찡함에
간이고 쓸개도 다빼줬더니 정말로 좋아해서, 뭐 하나 더줄거 없나 찾아서 더 챙져주고
그런 사람들이었을까...
난 최근에 새로 관계를 만든 동생하나가 있는데,
나보다 15살이나 어리다. 그렇지만 어엿한 공무원이고,
직장연차는 나와 2년정도 차이다.
나보다 훨씬 더 삶을 알차게 살아온 녀석인 것이다.
미래를 약속한 여자친구도 있고, 직장생활도 열심히 하고 검소하고,
도무지 나무랄게 없는 동생이다 그런 그가, 나의 뭐가 그리 맘에 들었는지,
보통 나이차이가 많이 나면 친구가 되기 힘든데도
항상 먼저 찾아와주고, 주기적으로 내 안부를 묻는다.
나는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게 좋아서
이런 만남이 싫지도 않지만 적어도 사회에서의 만남에는 돈이 들기 마련이라
그들이 나를 만날때 비용을 지불하는 고민같은걸하지 않게 하기위해서
몇안되는 관계의 대부분의 비용을 내가 지불하고 있다.
물론 그들도 밥을 사고, 성의표시도 한다
이전 블로그에서 적었지만 더이상 일방적인 착취당하는 관계는 가지고 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내가 예전의 나와는 달라서
베풂을 아까워하지 않고 있다.
그에게 그런 말을했다
우리는 자주만나지도 못하니, 가끔볼때라도
이 형이 밥을 사고 가끔은 선물도 할수 있게 해주지 않을래?
너를 보는게 나의 기쁨중하나라서 그런거라고
녀석이 그럼 자기가 커피라도 살수 있게 해달란다.
이전 블로그에도 썼던 쓰래기들도 많았지만
내 인생에도 이런 정직한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날이 오는 것 같다.
그렇게 매달 한두번씩 내가 연락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날 찾아주는 사람이 생기니
그 한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내가 굳이 서울에 가거나,
친척들의 애정을 바라거나 옛친구들이 뭐하고 있을까
생각하지 않아도 될만큼, 적적함이 많이 덜어졌다
그리고 난 너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니
언젠가 세월이 지나 너와 내가 오랫동안 못보거나 영영 못볼 날이 오게 될 수도 있으니
넌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말아라 라고, 다만 이런 자잘한건 몰라도
금전대차는 우리사이에 하지말자. 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 난 무섭게 내 삶에 집중할수 있었다.
상처받지 않는 마음이란,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바라는것이 없어야된다.
내것을 많이 내어줘서 억울한 사람들이 있다면
앞으로 좀 덜내어주면 된다.
의외로 내가 너무 퍼줘서 상대방이 끝까지 받는경우도 있고
그런경우 상대에게 부담을 나눠가지자 라는
말을 좀 하기가 꺼려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용기를 낼것도 없고, 그냥 상대에게
이번은 서로 내서 먹자, 다음번엔 니가 사줄래?
란 말을 하면 다 알아듣는것을
굳이 내가 앞서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서운함과 서먹함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왕에 내준거라면, 내주기만 할거라고 마음먹었다면
그냥 잊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 짐까지 떠안고 살기엔
삶이 너무 바쁘고 귀한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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