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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삶

뒤돌아보면 가장 생각나는 연인이란.

by 역발상투자자 정석 2024. 5. 12.

나에게도 여러명의 연인이 있었지만
40 중후반을 넘어가는 지금 정말 기억나는건, '순수한' 마음으로
날 좋아해줬던 '순수한' 사람이었다.

24살때쯤이었다
그 사람은 적당한 외모에, 좀 촌티나는 모습이었고,
학교는 전문대학 다니는 3살연하였는데
대가족에서 자라서 예의바르고, 작은 것에도 행복해할줄 알고
나와 같이 다니는 것을 너무 좋아했고
내가 뭔가 멋있는 말이라던가 그런걸 하면 좋아했던
젊은 시절의 유치함과 순수함이 딱 맞아떨어지는 그런 연애를
할수 있었던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던중 나란 나쁜놈은 서울대를 문과대를 다니고 있던
하얀 피부의 핵가족 출신 도시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물론 위의 그 사람도 도시녀였지만)
제대로 헤어지자는 말도 하지 않은체, 지리멸렬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개새끼였지...

그 서울대녀는 야망도 많았고, 특히 그 당시에 돈을 아주 잘쓰는
부잣집 아들이었던 내게 관심이 많았고, 나는 그당시
대학생 신분으로는 거의 갈수 없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많이 데리고 다니고, 선물공세를 하며
서울의 내 전셋집에서 연애를 하는등 별의 별 짓을 다하고 있었던 것읻.
하지만 정말 재밌는게, 끼리끼리 더러운것들 끼리 무슨 마그넷처럼
서로를 부른것인지.

그녀도 양다리였던 것이다.
나보다 훨씬  못한 조건의 외모도 내가 좀 나은거 같은데? ㅡㅡ;;;;
하여간 그런 것과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나는 격분했었지만 그녀를 포기할수가 없었고
그녀역시도 나랑 헤어질 마음이 없었다
문제는 나의 순수한 그 사람이었으니
그 사람은 나에게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의 작은 태도 변화도 금방눈치챘다.
!여자의 촉이란!...

나의 순수한 그 사람이 나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그 후 한두번정도 밖에서 만났지만
그의 순수함은 나에게도 극도의 순수함을 요구했으니
내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눈길만줘도,
여자들로부터 작은 전화만 받아도, 침묵과 함께
이별이 이어졌던 것이다....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해도..
짜리몽땅, 시커먼스인 날 누가 좋아하겠냐고 해도
그 이전 서울대녀와의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에서인지
바로 날 떠나버렸던 것이다...

지금생각하면 미저리? 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 나의 순수한 그 사람이 제일 그립다.
같이 걸었던 강남역 거리라던가
뉴욕제과에서의 맛있는 기억이라던가
전쟁기념관이나 경복궁에서 사진찍으며 놀던 그 기억이
어디에 둔건지. 예전 사진을 모두 잃어버렸다...
디지털은 이게 문제다 오래전엔 클라우도가 없던 시절
그 소중한 사진들을 다 잃어버렸다...
내가 열심히 블로그를 쓰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다
내가 죽고나면, 내 잔류사념이라도 (오덕스러운  표현이네... 뭐 부인하진 않겠지만)
남기기 위해서다.

지금 나의 그 순수한 사람은 뭘 하고 있을까?
이젠 연락처도 모르고 소식도 모른다.
나의 네트워크란게 나같은 부류들 뿐이기도 하고
나의 그 순수한 사람도 굳이 날 찾으려들지 않았으니....

연인이란게 그렇다.

서로의 부모에게 인사시키기 전까진
특히 CC가 아닌경우 접점이 없다.
어머니 친구분의 말대로  
'아이고 총각, 가족끼리 소개 다 해도 부부란건 돌아서면 남인겨!'

아;;; 전 부부는 아니었고 연인이었는데...

연인이란 것도 돌아서만 남이다.

그래서 요즘 애들이 썸이란 것에 집착하는걸까?
썸탔던 애랑은 돌아서도 다시 쿨하게 이야기 하고 하더라고
연인이라는 단어 하나 차이일뿐.
연인으로 서로를 인정했다는 그 차이로,
헤어지면 무슨 원수도 아니고 멀어지는걸까.

아마도 다른 사랑을 위해
'내가 앉았던 마음의  자리를 깨끗히 치워버리기 위함이리라.'
(이거 인용하지마라...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할거니까... ㅋㅋㅋ)

여하간 그렇다. 그리운건 그 사람뿐...

날 애 맥였던 사람들은 생각도 안난다고 할까?
그냥 내가 왜 그렇게 어리석었던지.
그런 후회밖에 없을뿐

나만 그런지 어떤지는 몰라도

난 어릴때 고2때 죽도록 사랑해본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말고는 지금까지 누구도 그런 감정으로 좋아해본적이 없었다.
그후의 사람들이란

그 서울대녀를 비롯해서

호감이었고, 끌림이었지. 사랑이란 단어로 표현할수 있을까?


하지만 만약 지금와서 내 순수한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면

내 평생 함께해도 좋을 거 같다는 느낌이랄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은
젊을때 정신나갔을때나 통하는 말인거 같다...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건 어떤형식으로건
호감이란게 있었다는 것이고
그 호감만으로도 사랑의 시작으로 충분한 것이었다

또한 날 격정적이게 하고, 가슴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고, 걱정하게 하고
이런건 사랑이 아닌거 같다
적어도 40중반을 넘겨버린 지금의 내게 말이지

편안하게 안식처럼 다가오는

그런 마음이야말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를 다가가게 만든가

그 사람이라는 꽃이 있었고
나는 그 마음을 내 안에 품고 있기에
아직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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